일이삼사

거창해지지 말자, 라는 좌우명(혹은 그 비슷한 것)은 사랑에도 참 좋다. 사랑은 거창해지려 한다고 거창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굴 위해 목숨을 던진다고 사랑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가능한 사소하게, 일상의 구석구석을 알뜰히 챙기고 서로의 눈빛을 읽는 일. 잡은 손의 온도를 가늠하고, 사소한 위로를 건네는 일. 언젠간 허무하게 죽겠지만, 사는 동안 담담히 곁에 있는 일. 겨우 그런 것들이 사랑의 실체다. 거창한 사랑을 쫒다가 소중한 사람을 잃는 일을 나는 많이 듣고 봐왔다.

무엇보다 좋은 건 거창해지지 말자, 라는 좌우명 덕분에 언제 좌우명이 또 바뀌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점이다. 어차피 거창하지도 않은 좌우명이었는데 뭐 어때. 사람이 뭘 어떻게 해보려 하지 않아도, 가벼운 것은 가볍고 무거운 것은 무겁게 삶에 내려앉는다. 소나기 빗줄기에 맞아 죽는 시늉을 할 필요는 없다. 언젠가 해일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죽음이 펼쳐질 테니까. 거창해지려 하지 않아도 거창한 일은 생기고야 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랑비에도 심장에 구멍이 뚫릴 만큼 연약해지곤 하는 것이 사람이라 누군가는 문학을 한다. 내 존재는 요즘 문학을 하기엔 꽤 단단해져버렸다. 내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만 글을 쓴다. 웬만한 아픔에는 괜찮다고 말하며 지낸다. 그러지 않고서는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언젠가 내가 뱉은 괜찮다는 말들이 쌓여 나를 짓누르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우선 지금은 괜찮다. 거창해지지 않는 것이 최선의 처세술인, 그런 작가로 지내고 있다.

 

 

 

 

간혹, 지금 뭘하고 있는지를 모아서 나중에 펼쳐보면 이들이 뭘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ATL(X), 물 밑에 있고자 하는 것은 끝끝내 우리의 원칙이자 철학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과정에서 확보된 우리의 역량과 기록들은 우리를 물 위로 끌어 올릴 것입니다. 대항군, 병맛, 합리주의, 공리주의, 통섭, 진정성, 투명성, 헌신. 각기 다른 표현들이지만 솔직한 언어로 배너의 카피를 작성하고, 그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치부 또한 거리낌 없이 노출하며. 미래에 투자하고, 헌신하는 것만이 지난 시간동안 한결같이 지켜왔던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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