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양으로 치면 군대에서 책을 읽어봐야 얼마나 읽고, 글을 쓰면 얼마나 썼겠는가. 내가 말하는 미친듯이란, 잠을 줄여가면서, 라는 이야기다.
두꺼운 책 한권 분량의 일기장이라지만, 공책 하나를 6년에 걸쳐서 쓴 적은 또 처음(근데 사실 올해 안에 이 일기장을 다 쓸수 있을지도 의문이다)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매일매일 쓰려고 정말 노력했을 때에는 공책 하나 끝내는 데 반년도 걸리지가 않았다. 요즘엔 거의 한달에 한번 정도 쓰는 것 같다.
일기를 쓸 때가 마음이 제일 편하다. 그런데 최근 2년은 일기를 거의 한달에 한번씩 쓰다보니 생긴 이상한 버릇이 있다. 일단 주변에 일어난 사회 뉴스 같은걸 잔뜩 써제낀다. 그 전에는 사회 뉴스보다는 나 라는 개인의 신변잡기와 심경과 생각과 철학 등을 주로 정리했다. 아마 일기를 쓰는 텀들이 길어지다 보니 나름대로 중간중간 기록의 차원으로 했던 일 같다.
오래전에 쓴 일기를 읽어보면 과거의 나와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드는데, 그때 당시에 기록했던 사회 뉴스를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그시절 뉴스 때문에 묘해지는 게 아니라, 그 시절 뉴스를 대하는 과거의 나의 태도에 대해서 묘한 기분이 든다. 정말 사람이란 끊임없이 변하는구나, 라는 걸 이럴 때 느낀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과연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라는 사람이 그렇게 많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