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탱고를 배우면서 각별하지 않았던 순간은 없었다. 매번의 아브라쏘가, 매번의 스텝이, 매 순간의 안아줌과 매 순간의 발걸음이 특별했다. 그러나 지난 밤 한번의 춤, 한번의 딴따는 유독 각별했다.
그녀는 우리 탱고 동호회의 첫 외국인이었다. 내가 탱고를 배운지 4개월인가 5개월 남짓이 지났을 때 들어왔는데 그때도 이미 초급의 실력은 아니었다. 이미 브라질 춤인 포호를 배운적이 있고, 태권도가 좋아서 지금도 열심히 발차기를 하고 있다는, 스위스에서 건너온 대학교 연구원.
사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었지만 같이 동호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같이 공연을 하면서 많이 친해지게 되었다. 그 즈음에 그녀는 남자친구가 생겼고 나도 갓 연애를 시작하던 차였기에 서로 수다를 떨 주제가 늘기도 했다. 워낙 운동신경도 좋고 춤도 잘추는 친구인데다가, 춤을 약간 무술 수련하듯 하는 승부욕이 닮아서 그런지 공연 준비는 순조롭고 재밌었다. 물론 그 덕에 안무를 봐주던 선생님에게 똑같이 ‘무슨 싸움 하는 것처럼 춤을 추지 말라’는 지적을 받기는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