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쓰기란 생각보다 체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사실 대놓고 말해서 달리기는 별로 재미가 없는 운동이다. 고독하고 힘들며, 그저 같은 움직임이 반복될 뿐이니까. 다른 사람이 필요하지도 않고, 특별한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며,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주로 견디는 것이 달리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제아무리 뛰어난 러너도 기가막힌 기술로 한 번에 끝낼 수 없다. 한 걸음 다음에 두 번째 걸음, 이게 달리기의 유일한 방식이다.
걷기와 달리기는 강도를 빼면 서로 비슷한 운동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속성이 매우 다르다. 걷기는 다른 이와 함께할 수 있고 같이 걸으면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어 외롭지 않다. 혼자 걸을 때도 주변을 보거나 구경하면서 걷게 되기 때문에 풍경도 걷기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달리기는 사람마다 페이스가 다르고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면서 뛴다는 건 사실상 매우 어렵다. 주변 풍경 역시 빠르게 스쳐가므로 어떤 아름다운 것도 트랙 밖에선 그저 흐릿해질 뿐이다. 걸을 때는 생각도 많이 할 수 있는 반면 뛸 땐 너무 힘들어서 ‘괴롭다’는 마음만 지배적이다.
열심히 달리다보면 옆에서 달리는 사람도, 풍경도, 희미해지고 바람이 스치는 소리롸 내 숨소리만 점점 커진다.
시원하게 달리고 나면 머리가 깨끗해지고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샘솟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숙련된 러너에게도 달리는 일은 매번 힘들고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작가에게도 소설쓰기는 공포스럽다. 달려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며, 막혔던 문장은 결코 저절로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머리가 아득해질 때까지 달린다. 다시 뛸 수 있는 에너지와 체력을 다지고 끈기라는 굳은 살이 마음에 박히게 만들기 위해서.
하루의 대부분을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며, 하얗게 비어있는 공간을 이야기로 채워 완성시켜야 한다. 이건 몹시 아득하고 막막한 작업이다. 정해진 도착점은 분명 있는데 그곳에 다다르기까지가 너무 멀고 지루하달까. 다른 방법이나 수단이 있으면 시도해보기라도 하련만, 가는 방법에 아무 요령도 없고 그저 한 발 한 발 내딛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점들이 마치 장거리 달리기와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