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rete Scul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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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몸을 일으켜 출근을 위해 욕실로 향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반쯤 뜬 눈으로 칫솔을 집어 들었다. 오른손으로 치약을 들어 칫솔모에 짜려던 찰나. 빼꼼히 나온 치약 한 덩이가 힘 없이 스르르 바닥으로 떨어졌다. 헛웃음이 나왔다. 치약을 짜서 칫솔에 묻히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내 나이를 고려해서, 스스로 양치질을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의 아침에 치약을 짠 횟수를 헤아려 보면 대략 1만 5천 번 이상이다. 그토록 반복한 일을, 게다가 그리 어렵지도 않은 일에 실수를 한 것이다. 이게 뭐라고.

짜증이 몰려왔다. 이런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 했다.

아마, 평소라면 곧바로 치약을 다시 짜냈겠지만 사람이란 고달플 때 ‘의미’를 떠올린다. 바쁜 아침이었지만, 잠시 그대로 서있었다. 해외법인에서 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새로운 곳에서 단기간 내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부담이 있음을 깨달았다. 자리를 잡기 위해선 존재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즉, 일을 잘해야 하고 새로운 조직 내에서 첫인상을 긍정적으로 주어야 한다. 나 자신을 잘 포지셔닝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 아마도 그래서 뭐든 잘해야겠다는 무의식이 온 세포를 지배했으리라.

그 날 아침. 치약을 떨어뜨린 순간 그렇게 난 뭐든 잘하려는 무거운 마음을 가진 나와 조우했다.

 

치약을 흘리고 난 뒤, 다시 치약을 짜낼 때까지의 시간은 아마도 1분 몇십 초였던 것 같다.

하지만, 주마등처럼 지나간 많은 생각들이 나를 일깨우고 있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마음의 무게감. 뭐든 잘하려고 스스로를 짓눌렀던 부담감. 잘못되면 어쩌지, 인정받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공포. 하지만 난 대체 무엇을 잘하려고 하고 있고, 누구를 위해 그러고 있고 왜 그렇게 해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나 답은 나를 위해 움직이고 다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에게 인정받는 것은 다음이다. 나에게 받는 ‘인정’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물론, 내가 나에게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은 나를 버릴 수 있어도, 나는 나를 버리지 못한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 와도, 결국 마지막의 순간에 나와 함께 존재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기준이 내가 되어야 한다. 남에게 맞추기 위해 무언가를 잘 해내야 한다는 건 정도껏 해야 한다. 부모님의 기대, 상사의 기대, 회사가 나에게 기대하는 정도. 뭐든 잘 해내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마지막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누굴 위해? 바로 나를 위해서다. 그래서 잘 해내면 모두가 행복하고 좋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실망하더라도 나는 나를 토닥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면 된다.

간혹, 지금 뭘하고 있는지를 모아서 나중에 펼쳐보면 이들이 뭘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ATL(X), 물 밑에 있고자 하는 것은 끝끝내 우리의 원칙이자 철학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과정에서 확보된 우리의 역량과 기록들은 우리를 물 위로 끌어 올릴 것입니다. 대항군, 병맛, 합리주의, 공리주의, 통섭, 진정성, 투명성, 헌신. 각기 다른 표현들이지만 솔직한 언어로 배너의 카피를 작성하고, 그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치부 또한 거리낌 없이 노출하며. 미래에 투자하고, 헌신하는 것만이 지난 시간동안 한결같이 지켜왔던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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